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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의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의 항복으로 2차 대전은 종전됐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두 강대국 미국과 소련은 냉전이라는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합니다. 이때 두 나라의 마음은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극히 적은 양의 핵연료로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고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원자로 추진기관으로 사용하는 병기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원자력의 이용은 가장 먼저 군함에서 시작됐습니다. 군함은 크기가 커서 기술적으로 덜 다듬어진 초기의 원자로를 싣기에 적합하고 가장 경제적인 원자로 냉각재인 바닷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1954년 미국 및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 1959년 소련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벰버급의 개발도 이의 산물입니다.

이후 2013년 진수식을 마치고 2021년 취역을 기다리고 있는 제럴드 포드급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무기라고 평가 받고 있는데, 전 세대의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기본적인 설계와 함체 대부분을 같이하지만 1970년대 장비를 대체하는 새로운 장비를 탑재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원자로. 새로이 개발된 A1B 원자로를 2기 탑재하는 이 항공모함은 기존의 엔터프라이즈 및 니미츠급 항공모함에서 사용된 가압경수로 증기터빈 방식 대신, 원자로의 열로 발전용 터빈을 돌려 전기를 발전하고, 이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려 추진하는 핵-전기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A1B 원자로는 니미츠의 웨스팅하우스社의 A4W보다 출력이 대폭 강화되었으며 원자로의 연료봉 교체주기가 혁신적으로 길어졌기 때문에 미국의 차기 함선용 원자로로 기대받고 있으며 예상 항속거리는 20년간 무제한.

다음 타깃은 항공기인데 원자력은 선박에서처럼 항공기에도 엄청난 힘과 긴 체공시간을 보장해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원자력 항공기에 대한 열망은 가득했는데, 당시 가장 강력했던 양대국 미국과 소련은 이런 항공기에 핵폭탄을 싣고 장기 체류케 한다면 혹시 모를 전면 핵전쟁에서 먼저 적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원자력 항공기의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미 공군은 1946년부터 항공기추진 원자력 계획을 시작했고 이 계획의 일환으로 B-36 폭격기에 3㎿급 공랭식 원자로를 실은 후 X-6으로 재명명해 시험비행을 실시했습니다.

다만 이 원자로는 작동이 되기는 했지만 항공기의 동력기관과는 연결되지 않은 단순 화물이었고 미국은 실험결과에 따라 최대 1주일간 지상에 착륙하지 않아도 되는 상용모델을 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X-6 항공기는 1955년부터 1957년 사이 총 47회의 실험비행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장착된 소형 원자로


이에 질세라 소련도 원자력 항공기의 개발에 합류하는데 1955년 소련 국무회의에서 자국 폭격기 제작사들에게 원자력을 이용한 램제트 엔진, 제트 엔진, 터보 프롭 엔진 항공기 개발을 지시한 것입니다. 소련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상용모델 개발에 앞서 Tu-95M 장거리 폭격기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 Tu-119로 개칭하고 성능실험에 나섰습니다. 1961년에만 34회의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중 한번은 48시간 비행에 성공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국은 원자력 항공기 개발을 포기했고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자력이었습니다.

두 항공기 모두 원자로의 방사능 차폐를 위해 엄청난 두께와 무게의 차 폐벽을 기내에 싣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항공기의 중량 및 이착륙 거리 증대, 화물 탑재량 감소라는 단점이 나타난 것입니다. 게다가 원자로를 거친 공기로 제트엔진을 돌리는 방식을 채용, 미량이지만 방사능을 띤 배기가스를 뿜어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이뿐만이 아니라 최고로 골치 아픈 문제는 바로 추락했을 때의 뒷수습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이 항공기가 격추돼 추락이라도 하면 정말로 '답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은 당연했습니다.

제로도 냉전 시대의 미국에서는 핵무기를 탑재한 군용기의 추락 사고가 여러 번 일어났고 주변 토양에 상당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한 바 있고 기폭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핵무기조차 이 정도인데 가동 중인 원자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소련은 원자력 항공기 개발계획을 종료시켰고 지금 이 순간까지 이를 부활시킬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삼은 비행체로서 구상이라도 되고 있는 것은 결코 지구에 돌아올 일이 없는 우주탐사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처럼 발사 중 폭발 가능성을 배재키 어렵다는 우려로 인해 현실화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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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7.05.17 14:19 신고

    이 블로그왜 업데이트안하냐그나마나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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