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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는 러시아에게 받은 T-80U 전차에 대하여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한국과 러시아의 군사기술협력사업 일명 불곰 사업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곰 사업의 배경은 먼저 1985년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취임한 이래로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로 불리는 개혁정책과 서방권 국가들과 수교를 맺는 등 다변화 외교정책을 취했고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으로 1988년 소련이 '88 서울올림픽에도 참여를 했고, 제6공화국 시절 북방외교를 바탕으로 한층 더 발전된 관계로 한소 양국이 나아가면서 1990년 4월 제주도에서 한국과 소련이 초유의 한・소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수교를 맺게 되었습니다.

당시 고질적인 외화부족에 시달리던 소련은 한국 정부에 경협차관을 요청하였으며 노태우 정부 당시 1991년 부터 3년간 대한민국은 소련에 경제협력 차관으로 14억 7천만 달러를 빌려주었으나, 소련이 붕괴되었고 이후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한국으로부터 빌린 채무역시 승계하였으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었고,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이행과 변화를 추진하던 러시아연방 정부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차관상환이 지지부진했습니다. 일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재만 상환했을 뿐 그 당시 경제가 어려웠던 러시아의 형편상 돈으로 돌려주기에는 어려움에 직면하였고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채무불이행)을 선언하자 더더욱 차관상환이 막막해졌습니다. 러시아는 한국 정부에 현금 대신 러시아 내부의 경기활성화와 내수진작을 목적으로 러시아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군사장비와 일부 군사기술로 차관상환을 제안하였고, 한국 정부 역시 이를 수락하였습니다.

불곰사업으로 들여 온

러시아 T-80U 전차와 BMP-3 보병전투차량이

 부산항 부두에서 하역되고 있는 모습 1997년


◆1차 불곰사업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진행되었으며 경협차관 2억 1400만 달러어치의 상환으로, T-80U 전차 33대와 BMP-3 장갑차 33대, 그리고 Metis-M 대전차미사일 발사기 70문, 탄약 1250발과 이글라 휴대용 대공미사일 발사기 50문, 탄약 700발을 도입하게 됩니다.

▲ 1996년 9월 19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러시아 전투장갑차 BMP-3를

군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2차 불곰사업

1998년 8월, 러시아 정부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여 경협차관 상환이 더 늦어지자,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636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해군 실사단의 보고를 토대로 한 해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러시아제 잠수함들의 신뢰성 및 운용효율성 못지 않게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불곰사업은 기본적으로 반은 차관에서 제하고 반은 우리가 현금을 주는 것이기 때문)때문에 해군의 차기잠수함사업(현 손원일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 때마침 러시아 해군에서 터진 쿠르스크 함 침몰사건으로 해군이 제기한 러시아제 잠수함의 안전성에 대해 정권에서도 계속 강요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2차 불곰사업이 진행되었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되었고, 사업비는 5억 3400만 달러입니다. 사업비 가운데 절반은 경협차관 상환, 나머지는 한국 정부의 현금 지급입니다. 2차 사업으로 T-80UK(K는 지휘형을 말한다) 2대, BMP-3, Metis-M 발사기 156문, 탄약 11500발 등이 추가 도입되었으며 무레나 공기부양정 3척, Il-103, Ka-32A 등이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2차 도입분 BMP-3는 포수조준경에 열영상 장비가 장착되어 야간 교전능력이 강화되었습니다.

◆3차 불곰사업

2008년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다시 여유있게 되자, 러시아 측은 자기 나라의 기술력을 빼돌리는게 아무래도 아깝다고 생각하게 됐는지 현금과 현물로 상환하는 방향으로 다시 제안해 왔으나 결국 의견차이 등으로 무산되었습니다. 2010년 11월 러시아를 방문한 방위사업청장이 3억 달러 규모의 가계약을 체결했고 2013년 11월, 3차 불곰사업을 추진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러시아 측은 전액을 방산물자 및 군사기술을 한국에 제공하는 형태로 상계하자고 제안했고, 우리 측은 절반은 현물로, 나머지 절반은 현금으로 상환받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중동 문제, 터키의 러시아 공군기 격추 등으로 미-러간 알력다툼을 하는 상황이라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렇다면 과연 러시아에서 현금 대신 받아온 무기들은 어떤 무기들인지, 제 값은 하는지, 성능은 또 어떠한지, 우리에게 이득이 된건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BMP-3

러시아의 IFV. 불곰사업 2차 도입분으로 포수 조준경에 열상이 추가되고 적외선 탐조등이 신형으로 교체되는 등 사통장비 부분에서 많은 개량이 있었습니다. 특징은 자체적인 도하를 위해서 요구된 전체 중량이 19t 정도로, 차량의 성격과 무장을 생각해보면 매우 적은 중량이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냉전시절 러시아군은 유럽으로의 진군을 위해 전투차량에 하천 도하능력을 중요시 했기 때문입니다. 주무장은 사정거리 4km급 2А70 100мм 저압포로, 포 자체의 추진력이 떨어져 탄 자체에 추진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만회하고는 있지만 주력 포탄인 3UOF17(3УОФ17)이 HE탄이라서 대장갑전투가 아니라 고폭탄을 이용한 보병 화력지원이나 적 특화점 제압, 혹은 험비같은 경차량 격파에 적합합니다. 구경이 구경인 만큼 건물공격이나 보병지원 등에선 동세대 30~40mm 보다 월등한 화력을 자랑합니다.

평야가 많은 러시아 지형에 맞춰 설계된 탓에 최소사거리가 1,500m나 되는데, 원래 쓰던 러시아 사람들이야 아무래도 좋지만, 도입해서 쓰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 입장에서는 교전거리 1,500m를 넘기 어려운 한국 지형에서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육군에서 전차 피해소요 산정을 위해 전차파괴실험을 수행했을 때 BMP-3의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최소 사거리 안이어서 그런지 죄다 빗나간 실험이 있었습니다. 장갑 또한 다른 보병전투차와 비교해서 매우 빈약한 수준으로 전면장갑은 30mm 기관포를 방어할 수 있지만 측면은 7.62mm 철갑탄 정도만 방어하는 수준입니다. 불곰사업으로 2개 대대 분량이 들어와 운용 중이며 그밖에 다양한 나라에서 1000~2000대가 넘는 물량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도 97식이라는 사실상의 카피판을 생산하며 러시아제 답게 싸지만 훌륭한 스펙으로 해외 수출이 활발합니다. 다만 스펙으로만 놓고보면 수준급의 성능이지만, 대한민국 국군에선 실제 운용을 해보자 스펙으로는 알기 어려운 장단점들도 많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2. 이글라

동구권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친서방권 국가들에서까지 운용하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주된 특징은 미사일과 발사관이 일체형으로 된 스팅어와는 달리, 발사관과 발사기가 따로 분리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실전경력도 출중한데 걸프전에서는 초기형인 SA-16으로 영국군 파나비아 토네이도, 미군의 AC-130 스펙터, F-16C은 물론이고 엄청난 맷집으로 유명한 A-10도 격추시켰으며 이라크 전쟁에서도 구형 스트렐라와 함께 미군 헬기에게 불을 뿜어, 미군 헬기에게 가장 골치아픈 상대였습니다.

구형 스트렐라 및 대공포, RPG를 포함하여 미군은 구 이라크군과 반군의 공격에 40여대의 항공기를 잃었고 이외에도 세계각지의 전투에서 이글라는 아파치, 슈퍼 코브라, Mi-17, Mi-24, Mi-25, Mi-26, MiG-23, 미라지 2000D 등을 격추한 경력이 있으며 헬기, 전폭기를 상대로 효과적임을 증명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에서는 불곰사업으로 도입, 운용하는 9К38 이글라는 수출형인 S형을 제외하면 최신예 모델인 E형으로 여기에 쓰인 기술중 상당수는 한국형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에도 쓰였습니다.

 

3. Metis-M

러시아제 휴대용 단거리 대전차미사일로 케이블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2세대식 유선 반자동 시선유도 방식으로 얼핏 보기엔 기술적으로는 서방의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에 비해 참신한 면이 없으나 비행궤적 및 피탐거부 기술 등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며, 러시아제 무기의 기본 스펙인 심플한 구조와 신뢰성, 싼 가격에 탠덤탄두의 압도적 위력(반응장갑 관통 후 균질압연강판 850mm 관통)까지 더해져 수출용으로도 제법 팔리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에서 보병 중대의 대전차 화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군도 불곰사업을 통해 도입하여 전방 사단에서 연대급 대전차화기로 사용중입니다. 메티스를 도입한 부대에선 106밀리 무반동총이 퇴출되었고 여담으로, 발음이 비슷한 탓에 과거 전방사단에선 '메뚜기'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실전 기록으로는 이스라엘에서 코넷과 함께 메르카바 전차를 애먹이는데 일조하고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관통력이 800mm급이라 메르카바 전면 장갑을 관통하진 못하지만, 측면에 맞을 경우 매우 위험하며 가볍고 엄폐하기 쉬워서 게릴라 전에 안성맞춤이라 이스라엘군의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시가전 최강자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군도 힘들어 하는데 이런걸 상대하는 북한군은 답이 없는 상황으로 북한군에는 이 무기를 전면에서 막아내는 전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기초적인 복합장갑 충전재를 삽입해 반응장갑과 조합한 선군호나 폭풍호 후기형이 그나마 전면에서만 막을수 있을까 하는 수준이며 북한군의 주요 전차인 천마호는 후기형이 와도 어딜맞던 박살납니다. 그리고 저 선군호나 폭풍호 후기형들도 차체를 맞으면 부서집니다. 거기에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 유도탄들 중에서는 9M113 Konkurs이 가장 최신형인데 대한민국 국군은 그것보다 1세대 앞서는 무기를 도입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무레나급

무레나급은 대한민국 해군이 불곰사업으로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공기부양정으로 러시아어로 ‘바닷뱀’을 뜻하는 'Murena'라는 이름의 이 고속상륙수송정은 최고 55노트의 속도로 낮은 수심과 갯벌지역에서도 운항할 수 있으며 대당 가격이 434억원입니다. 해군은 2006년 1번함인 621번함을 시작으로 이 배를 총 3척 도입하였고 주로 수심이 얕은 서해에 배치돼 운용 중입니다. 무레나급은 길이 31m이며 무게 150t으로 러시아 최대의 공기부양정인 주브르급보다는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통상 사용되는 미 해군의 LCAC보다는 큽니다. 다만 적재능력은 LCAC보다 한참 떨어지는것이 뼈아픈 사실인데, LCAC와는 다르게 폐쇄식 구조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적재량은 제원에서 볼수 있듯이 24톤이고, 화물을 최대한 과적해도 40톤 언저리밖에 안 돼서 전차를 수송할수 없어 본격적인 상륙작전에 쓰기에는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LCAC는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역시 나름의 장점은 있습니다.

 

5. 일류신 T-103

일류신 Il-103은 러시아의 항공기제작사인 MIG(일류신)산하 루코비치 제작시험공단에서 단거리인원수송, 항공정찰, 도로감시, 훈련용으로 1995년에 개발한 총 5인승(승무원 2명, 승객3명) 고정익 프로펠러기입니다. 일류신 T-103 훈련기는 IL-103을 최초로 대한민국 공군이 도입하면서 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불곰사업으로 일류신 Il-103 (T-103) 총 23대를 2004년~2006년 대한민국 공군 초등훈련 입문기로 도입, 기존의 T-41을 대처하여 최대 사용국이 되었으며 공군이 최초로 도입한 러시아제 고정익 항공기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군에서 가성비가 좋아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6. ka-32

러시아 카모프 설계국에서 설계하고 현재 크메르타우 사에서 생산중인 다목적 헬리콥터로 한국에서는 보통 설계국 이름을 따서 카모프 또는 까모프라고 부릅니다. 산림청에서 대량으로 사용중이라 산불만 나면 뉴스에 나오고 있어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기종으로 산림청에서 산불진화용으로 3대를 도입한 것이 처음이며 이후 불곰사업에서 28대를 추가도입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으로 대호평을 받은 헬리콥터로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물건 중 기술 습득이라는 면을 빼고, 성능 자체만 고려하면 시대의 성공작이라고 할 만하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도입 초기에는 단점이 더 부각되서 좋은 평을 받지 못했으나 2000년 이래 이어진 산불진화 과정에서 능력이 재평가되면서 인식이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산림청과 해양경찰에서 대활약하는 것을 지켜보고 국가단체와 민간단체가 여러대를 구매해 현재 한국은 세계 2위의 Ka-32 운용국이 되었으며 공군도 이에 질세라 2차 불곰사업 때 도입해서 HH-32라고 명하고 탐색구조 헬리콥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7년 현재 총 63대를 운용중에 있습니다.

 

▲불곰사업으로 들어온 T-80U 전차

해당 포스팅 참조


이렇게 불곰사업에 들어온 6가지 무기들에 제원 및 성능,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습들에 대하여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는 불곰사업을 통해 친 서방 국가가 얻기 매우 힘든 러시아제 무기를 정품 그대로, 기술까지 받게 되었고 때문에 2000년대 이후 계속 되고 있는, 무기 설계 사상 측면에서 기존의 서방식과 러시아식의 결합을 이룰 수 있게 한 좋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불곰 사업으로 획득한 기술력은 냉전 당시 최강국의 하나였던 소련의 각종 기술을 한국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주기도 했고, 이후 자체 개발 무기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천궁과 신궁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차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고속 중성자 방어용 폴리에텔린-붕소 감속재 기술이 K-2 흑표 전차에 적용되었으며, 적성국 전차 기술 분석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러시아를 북한쪽에서 완전히 우리쪽으로 끌어들여 북한에 대한 무기공급을 차단함은 물론 군사협력까지 차단하는데 성공했으며 단 이것뿐만이 아니라, 소련 시절과 러시아의 남북한 외교는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아직 양 쪽 모두에 미적지근하고 대중국 외교 문제도 있긴 하지만, 직접 접촉의 계기가 되어 한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진 것은 분명 큰 이득입니다. 이 외에도 한국의 경제 성장을 전세계에 과시한 측면도 있습니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던 나라가 공산 진영의 수장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고 당당한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더 알아야 될 사실은 아직 러시아가 우리나라에게 갚을 돈이 남았다는 것인데요, 최종 상황기간은 2026년, 남은기간은 9년이며 정확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약 8천억원에서 1조원 가량 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원활한 외교를 통해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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